컨버터블 타는 여자들

컨버터블을 타는 여자는 드물다. 드러내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Porsche Boxter 986 Convertible 2002 구형 포르쉐의 매력은 변치 않은 운전 재미와 의외로 편한 관리다. 주변에서 이 차는 샛노란 보디에 새빨간 소프트 톱 때문에 ‘오므라이스’란 별명을 갖고 있다. 주인은 ‘꼬꼬마’라 부른다.
Porsche Boxter 986 Convertible 2002
Porsche Boxter 986 Convertible 2002
디자인 기획자 김진아

디자인 기획자 김진아 “사실 가족들은 제가 이 차를 타는 걸 몰라요.” 김진아는 드라이빙 슈즈를 신고 차에서 내렸다. 벤츠 F1팀의 스폰서, 페트로나스의 청록색 무늬가 붙은 신발. 카 마니아라면 이 묘사만으로도 이 차를 타는 이유가 단지 포르쉐라서가 아니란 걸 알 것이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길 바라는 마음보다 차가 더 멋지게 보이는 낮에 찍는 것에 환호했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온라인 자동차 전문 매체에서 일한 적도 있다. 온갖 차를 만지다 4년 만에 미련 없이 떠나 본업인 디자인 기획자로 일하고 있지만, ‘자동차 덕심’은 변하지 않았다. 어린 날 로망이던 포르쉐와 컨버터블의 조합에 수동기어를 얹은 차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렸고, 주말에만 아껴 탄다. 2002년에 처음 산 주인부터 마니아 손에만 맡겨진 차는 포르쉐 박스터 986. 포르쉐만의 동그란 헤드라이트가 아니라 사각형으로 빠진 모습이 특징인 차다. 그는 “컨버터블이 나를 감성적으로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감성이 세다. 블랙 컬러의 아반떼 XD 스포츠를 업무용으로 탄다. 그것도 수동이다.

Audi TT Convertible 2008 윤아은은 TT 2세대가 머지않아 올드카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 믿고 지금껏 손세차만 하며 이 차를 각별히 돌보고 있다. 이 차에 가장 자주 오르는 생명체는 치와와 여동생 ‘토토’.
Audi TT Convertible 2008
Audi TT Convertible 2008
패션 브랜드 온라인 MD 윤아은

패션 브랜드 온라인 MD 윤아은 “영화 <아이, 로봇>에 등장한 동그란 아우디 콘셉트카 때문이에요.” 그 뒤로 동글동글한 차는 다 꿰고 있다는 윤아은. 그의 첫 차는 미국 유학 시절에 산 마쯔다 3였다.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경쾌한 콤팩트카의 존재감을 기술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겉으로는 단정하면서도 속은 재밌는 차. 찾고 찾아 맞이한 게 아우디 TT 컨버터블이다. 2008년 2세대를 미국에서 샀고, 귀국할 때 그대로 배에 싣고 왔다. 방향지시등만 한국 실정에 맞게 노란색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거의 그대로다. 아날로그 계기반은 아직도 마일(Miles) 단위다. 한국에서는 드문 차니까, 종종 에피소드가 생긴다. 밖에 세워두고 어딜 다녀오면 주변을 맴돌며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다. 고속도로에서 낯선 차가 같이 달리자고 ‘붙기도’ 한다. 컨버터블의 숙명인 작은 트렁크와 뒷좌석 없음은 아쉬울 때도 있지만 머지않아 올드카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 믿고 지금껏 손세차만 하며 돌보고 있다. 때로 지루한 하루를 보내기도 하는 평범한 회사원 윤아은의 일탈은 언제나 컨버터블과 함께다.

Mini Cooper S Convertible 2017 미니 쿠퍼 컨버터블의 매력은 다루기 쉬운 데다 보기 드문 4인승이라는 점. 친구들과 드라이브를 즐기는 주지은에게 합리적인 결정권을 주었다.
Mini Cooper S Convertible 2017
Mini Cooper S Convertible 2017
모터스포츠 기획자 주지은

모터스포츠 기획자 주지은 “누구나 한 번쯤 타고 싶어 하지 않나요? 꽉 막히는 서울에서 펀(Fun)한 차는 필수예요.” 주지은은 왜 컨버터블이냐는 말에 이렇게 되물었다. 그럴 수 있다. 그는 앞서 영국과 홍콩에서 금융인, 헤드헌터로 살다가 한국에선 내내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일했다. 올해 양산차 모터스포츠 국제대회 중 하나인 TCR(투어링 카 레이스) 시리즈가 한국에서도 시작되는데, 그는 매니저로 참여한다. 이쯤 되면 더 궁금하다. 왜 하필, 어쩌면 흔한 미니 컨버터블인가. 그는 타는 순간 “내거다!”란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앞서 폭스바겐 골프와 푸조 206, 기아 프라이드까지 도심에서 좁은 길을 맘껏 누비는 차만 고른 일관된 기준도 있었다. 뭐든 열정적이지 않을 때가 없었다. 운전석도 남한테 안 내준다. 대리운전을 맡긴 적도 없다. 그는 주말에도 주로 서킷에 있다. 빨간색 올뉴 프라이드로 아마추어 레이스를 연습한다. 언젠가 ‘알파로메오 TCR을 타고 레이스를 뛰는게 꿈’이다. 누구든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브리티시 그린 컬러의 컨버터블과 주인의 성정이 놀랍도록 닮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작지만 날래고 빠르며 유쾌하다.

Mercedes-Benz SLK350 AMG 2015 심홍선은 소프트톱 관리의 어려움과 터보엔진에 대한 과욕을 버릴 때, SLK가 가장 적절한 차라고 생각한다. 장거리용으로 BMW 118d 쉐도우 에디션을 얼마 전 한 대 더 마련했다.
Mercedes-Benz SLK350 AMG 2015
Mercedes-Benz SLK350 AMG 2015
심혈관외과 전문 간호사 심홍선

심혈관외과 전문 간호사 심홍선 “컨버터블로 출근하는 여자라, 뭔가 섹시하지 않나요?” 심홍선은 남의 눈에 띄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 골프와 수상스키, 보드와 야간 드라이브로 채워진 삶을 공개한다. 쉴새 없이 바쁜 그를 친구들은 ‘홍스타’라 부른다. 심홍선이 SLK 시트에 처음 앉았을 땐 20대 중반이었다. 어릴 때부터 컨버터블 오너가 되길 바랐고 꿈을 이뤘다. 차를 고른 이유도 확실하다. 벤츠의 마지막 자연흡기 컨버터블. 가솔린 V6임에도 리터당 10km가 넘는 연비와 실용적인 하드톱의 매치가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식의 빠른 판단과 실행력으로 살아간다. 보기 드문 전문 간호사로 대학병원 흉부외과 심혈관수술팀에서 일하고,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이기도 하다. 대충이 용납되지 않는 삶. 노는 것도, 쇼핑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는사람. 직접 일해서 마음껏 갖는 것에 당당하다. 고단하다면 고단한 삶에 이 차를 산 것을 단 하루도 후회한 적이 없다. “가끔은 내가 이런 차를 타는 여자라, 누군가 다가오기 어려워한다”는 걸 느낄지라도.

Credit

  • 에디터 양보연
  • 게스트 에디터 김미한
  • 포토그래퍼 윤기상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