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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쿠키요미’ 살짝 씁쓸한 후기

눈치 잘 보는 게 가끔은 슬프단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 시대를 살면서 가장 필요한 능력 하나를 꼽으라면, 눈치 아닐까? 연인이 왜 꽁해 있는지 알아맞추기, 상사의 기분 거스르지 않기, 대중교통 탈 때 매너 있는 시민 되기 등등. 센스를 얼마나 탑재했는지 객관적으로 테스트해볼 수 있는 게임이 있다. 일명 ‘분위기를 파악하는 게임’, 쿠키요미다. 지난 주말이었다.

“누나 이거 해봐”라는 말에 다짜고짜 폰을 집어 들었다. 졸라맨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생각보다 직관적인 UI가 마음에 들어서 일단 시작했다. 궁서체로 뜬 게임 설명도 꽤 웃기다. “여기는 자유롭게 분위기 파악을 해도 좋은 공간. 당신이 분위기 파악하는 걸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오직 혼자서 분위기 파악을 하는 꿈의 세계. 마음 가는 대로 즐기세요.”

마음 가는 대로 즐기랬는데, 적잖이 눈치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장이 열릴 때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중에서도 뒤통수를 가장 세게 맞은 것 같았던 상황을 꼽으라면, 이어서 단체 댄스를 하는 미션이었다. 앞에 선 댄서가 꿀렁꿀렁 춤을 추기 시작하자 순서를 부드럽게 이어가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이상한 방향으로 춤을 춰버렸다.

다행히도 이 게임은 틀렸다고 해서 ‘Game Over’ 되지 않는다. 단지 중간 평가란 게 있는데, ‘킹!왕!짱’, ‘뭐하시나…–;’, ‘뭐 그럭저럭…’ 등의 구체적 피드백을 준다. 이러한 평가에 살짝 기분이 나빠지면, 다음 장에서 더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건 아이러니다. 이게 뭐라고!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 이외에도 야구 스윙 등 미니 게임이 섞여 있어 지루할 틈을 안 준다.

이렇게 100단계 정도 깨면 최종 평가 그래프와 코멘트를 받을 수 있다. 승부욕, 응용력, 배려심 등의 퍼센트가 나오고, ‘위트가 가장 높아 토크쇼 MC급’, ‘승부욕이 가장 높아 개그만화 주인공급’ 등의 정성 어린 한 마디를 받을 수 있다. 2009년 일본에서 닌텐도DS 게임으로 시작한 쿠키요미는 2017년 한국에 모바일 게임으로 처음 선보였다. 쿠키요미는 일본어로 ‘공기 읽기’ 즉 상황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여전히 이 게임을 완주한 감상이 SNS에 공유된다. 이뿐만 아니라 깔끔한 조작법과 비주얼은 닌텐도보다 모바일에 더 최적화된 듯싶다. 좋은 점수로 100단계를 완주해 기뻐하는 와중에 “누나 눈치 엄청나게 보는 구나”. 동생의 한 마디가 초를 쳤다.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 각종 인간관계에서 그 줄다리기를 수만 번 하고 있으면서 나는 굳이 이 게임을 왜 했을까? 현자 타임이 왔다. 글쎄, 게임은 재미있지만 좀 씁쓸하다. 남들에게 피해 주며 살지 않는 매너는 너무나 중요한데, 그 눈치 보느라 하고 싶은 것도 못 하며 사는 ‘을’의 숙명이랄까? 오만 가지 고민의 결과, 눈치도 ‘적당히 보고 살기로’ 결론을 냈다. 그리고 떠오른 한 마디를 플레이보이 독자에게 읊어주고 싶다. “우스꽝스러워지지 않고는 깜짝 놀랄 일을 이룰 수 없다. 전복해야만 한다. 그것이 전부다.” 조르주 바타유의 문장이다. 가끔 엉뚱한 상상력이 눈치 보다 꽤 괜찮은 결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참고로 이 게임에 ‘진지하게’ 모드 말고 ‘엉뚱하게’가 더 재미있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