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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심판이 로봇이라면

러시아 월드컵의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심판이 로봇이라면 달랐을까?

축구 심판이 로봇이라면

독일과의 3차전을 앞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지난 경기에서 우리는 아쉬우면서도 조금은 억울한 패배를 맛봤다. 왜 심판은 우리 선수가 뛰고 있을 때만 휘슬을 불고 옐로카드를 꺼내 들까? 심판이 상대의 편인 것 같은 기분에 고구마를 100개 먹은 듯 답답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차라리 심판이 로봇이었으면. 한 치의 오차와 편견이 없는 정확한 판단을 해줬으면.’

물론,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공정한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는 최초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Video Assistant Referee)이 도입돼 심판의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주심이나 부심이 보지 못한 장면을 영상으로 판독해 반칙 여부 확인이 가능하다. 각 구장에는 초정밀 모션 카메라와 오프사이드 전용 카메라 등 삼십여 개의 카메라가 설치돼있는데, 심판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영상을 되돌려볼 수 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비디오 판독에 대한 우려와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판독 요청 권한은 대부분 주심에게 주어지기 때문. 오심을 바로잡으려는 팀은 결국 주심을 설득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맥시코전에서 후반 21분 기성용은 엑토르 에레라에게 걸려 넘어져 공을 빼앗겼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반칙 선언을 기다리며 잠시 멈춰 섰지만 주심은 경기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역습을 허용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파울을 당한 것 같았는데 주심이 인플레이를 선언했다. 비디오 판독을 진행하는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페널티킥 상황, 반칙 선수 정정 및 선수 퇴장, 골 장면 등 결정적 상황에만 비디오 판독을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당시 상황은 명백히 판독 대상에 포함된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전 국제축구연맹 회장인 제프 블라터 또한 “기술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일관성 부족으로 실패했다”라며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허점을 꼬집었다.

그렇다면 아예 ‘로봇 심판’을 경기장에 세워보면 어떨까? 올해 초 <2031 카이스트 미래보고서>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2022년, 드디어 로봇이 사회에 진출한다. 축구 등의 심판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 다보스포럼도 2년 전 로봇이 대체할 직업군을 다루는 보고서에서 스포츠 심판이 로봇으로 대체될 확률을 90%로 내다봤다. 미래학자인 이언 피어슨 또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자연스레 로봇 심판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예상한 로봇 심판의 출연 시기는 2030년. “로봇 심판은 사람과 같은 실수를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반대의 의견을 표명하는 전문가도 있다. 영국 카디프대학교의 사회과학과에 재직 중인 한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스포츠는 인간의 활동이고, 인간의 활동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문화적 전통입니다. 그러니 인간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대중은 공정한 판단을 원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하바스 그룹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00명의 응답자 중 87%가 로봇 심판에 대해 긍정적이었으며 65%는 매우 환영했다. 그러나 ‘심판은 절대로 로봇으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73%에 이른다.

규칙을 따르며 정정당당히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과연 로봇은 ‘가장 믿음직한 심판’이 될 수 있을까? 비디오 판독의 논란을 딛고 러시아 월드컵은 진정한 승자를 가릴 수 있을까? 오늘 밤의 독일전을 비롯한 앞으로의 경기를 꾸준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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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김선희
  • 사진제공 GrigoryL/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