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의 미래

브랜드 최초의 전기 모터사이클 '라이브와이어'를 선보였다.

2019 FXDR 114 모델

미국의 가장 큰 모터사이클 제조사가 갈림길에 섰다. 올해로 115주년을 맞이했고, 또 현재까지 많은 돈을 벌어들인 할리데이비슨이지만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 앞에 선 것. 진화하지 않으면 분명 로드킬 당할 위기에 마주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충성스러운 베테랑 고객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젊은 라이더를 위한 새로운 콘셉트와 모델을 생산해내야 한다.

올해 초 할리데이비슨 115주년 기념행사 ‘#HD115’는 프라하에서 열렸다(충성스러운 유럽 대륙의 고객을 위한 것). 8월에는 고향인 미국 밀워키로 장소를 옮겼는데, 이 자리에서 할리데이비슨의 새로운 플랜이 공개됐다. 과거 벌어 들인 수익과 새로운 경제 수요 사이에서 조율이 필요했던 참이다.

파티는 약 60만 명 인구의 도시를 집어삼켰고 청바지, 가죽, 엔진소리가 뒤섞였다. 미시간호숫가부터 낙농업 지역까지 전 세계에서 모인 라이더로 넘쳐났는데, 그들만을 위한 이벤트와 콘서트가 열렸다. 그들은 할리데이비슨과 얽힌 추억을 기념했다.

여전히 할리데이비슨의 문화적 영향력은 강력하다. ‘VISIT Milwaukee’ 통계에 의하면 #HD115가 열렸던 나흘 동안 15만 명이 밀워키를 방문했고, 9천 5백만 달러에 달하는 경제 효과도 냈다. 가죽점퍼를 입고 여기저기서 블랙 잭 게임을 하는 무리가 있는 반면, 중립적 관찰자들은 밀워키에서 신나게 주행을 즐기다 하나 둘 가죽 점퍼를 벗고 치과, 회계법인, 노인복지아파트로 돌아가는 광경이 목격됐다.

할리데이비슨은 모델 ‘2019 FXDR 114’를 선보였다. 새로운 변화가 극명하게 보이는 모델로 속도, 퍼포먼스가 강조된 것이 특징. ‘파워 크루저’라는 별칭을 가진 FXDR은 ‘밀워키-에이트(Milwaukee-Eight) 114’ 엔진을 장착해 여전히 우렁차지만 혁신적으로 가벼워진 알루미늄과 새로운 부품들로 잘 빠진 보디를 갖고 있다.

비록 소프테일 기종에 속하지만 FXDR 114의 기술은 할리데이비슨의 스크리밍 이글 드랙 레이싱 가라지에서 나온 것이다. 기존 디자인과 다른 점은 모던함이다. 기존 모델은 크고 위로 뻗은 형태지만 FXDR 114는 콤팩트하면서 차체가 낮다. 정통 할리데이비슨이라면 검정 가죽과 크롬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FXDR 114의 재질은 모던하면서 테크니컬한 멋을 풍긴다.

공기 흡입구를 비롯해 앞바퀴, 뒷바퀴의 크기 차이 또한 두드러진다. 기존 모델보다 훨씬 날렵해지고 빠르게 반응하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FXDR 114를 타고 긴 여정에 나서는 것은 무리겠지만 도시 안을 돌거나 트랙을 도는 일은 훨씬 재밌게 느껴질 것이다. 타깃은 도시에서 생활하며 더 날렵하고 빠르면서 감각적인 디자인의 이동수단을 찾는 젊은 층이다. 이 모델은 2만1천 달러가 조금 넘는다. 도시용 모터사이클 치고 높은 가격이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이 FXDR 114를 구입할 것처럼 보인다.

2019 Livewire 모델

밀워키에서 있었던 이벤트 #HD115의 중심에는 미래로 한 걸음 나아가는 기술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시된 ‘라이브와이어’는 할리데이비슨의 첫 전기 모터사이클이면서 곧 출시될 모델 군의 초기 모델. 라이브와이어는 지난 2014년, 할리데이비슨의 원형 모델 50대를 만들면서 함께 공개됐다. 아마 마블 영화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가죽 의상을 입고 이 모델을 타고 나온 장면이 생각날 텐데, 이때부터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라이브와이어를 마니아들에게 홍보하고 그들을 초대해 시운전 해보도록 했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는 취한된 데이터를 토대로 2019년에 출시될 새로운 모델에 적용 중이다.

“라이브와이어를 타다가 가솔린 모터사이클로 돌아간다면,
실망하게 될 거다.”

전기 엔진이 ‘브이 트윈(V-Twin)’으로 대체됐고 클러치는 사라졌다. 라이더에게 남은 것은 엄청난 속도의 ‘트위스트 앤 고 시스템 스로틀’뿐. 이 새로운 전기 이동수단에는 즉각 엔진토크가 장착됐다. 기존 엔진은 동력을 얻기 위해서 흡입, 압축, 연소, 배기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반면 라이브와이어는 이 과정이 필요 없다. 전기가 즉각적으로 반응해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은 희미한 소리와 헬멧을 스치는 바람 소리만이 동반된다. 그래서 할리데이비슨 특유의 큰 엔진소리에 적응된 라이더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라이브와이어를 타려면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스로틀 다루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라이브와이어는 전기를 공급하는 순간 출발하고 차단하면 바로 멈춘다. 가스 모터사이클도 마찬가지겠지만, 라이브와이어만큼 빠르지 않다. ‘트위스트 앤 고 시스템’은 브레이크가 그다지 필요 없다는 느낌마저 준다. 전기를 차단하면 엔진이 멈추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달려보면 이 시스템의 장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라이브와이어를 타다가 가솔린 모터사이클을 타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할리데이비슨 마니아 중에서 이 즉각적이고 빠른 스피드를 환영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전통적인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라면 몸을 뒤로 젖힌 채 팔을 높은 손잡이 위에 올려놓고 푹신한 시트에서 라이딩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라이브와이어는 이런 느낌이 전혀 없다. 대신 몸을 앞쪽으로 기울이고 연료 탱크가 있던 자리에 무릎을 올린 자세로 타는 것이다. 이 새로운 모델은 기존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 사이에서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물론 라이브와이어를 인정하더라도 연령대가 높은 라이더는 쉽게 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2023년에 #HD120에서는 밀워키 거리에 라이브와이어 패밀리의 전기 모터사이클이 주를 이룰 것이다.

혁신적인 FXDR 114와 라이브와이어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할리데이비슨 직원들은 기존의 고객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고로 크고 편안하며 장비를 골고루 갖춘 프리미엄 모터사이클을 만들기 위해 CVO(Custom Vehicle Operations) 모델라인을 갖추기에 이른다.

2019년을 위해 할리데이비슨은 CVO 시스템을 발전시켜 더 정교하고 조용하며 기술적으로 진화한 모델을 만들었다. CVO 시리즈 중 최고급 모델은 ‘붐! 박스(BOOM! BOX)GTS’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가독성 좋은 전면 컬러 터치스크린은 장갑을 끼고 사용할 수 있으며 어떤 날씨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또 ‘붐! 박스’는 강렬한 스테레오 사운드를 경험하는 동시에 위성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라이딩 루트를 저장해 둘 수도 있다. 풀 페이스 헬멧에 무선 헤드셋이 더해져 음성 명령 시스템을 갖췄다.

CVO 모델 라인은 할리데이비슨의 클래식한 버전으로 긴 여정 동안 편안함을 제공하고 가격대는 4만 달러 정도로 책정돼있다(물론 옵션에 따라 가격은 변동). 앞에서 말한 ‘FXDR 114’와 라이브와이어는 라이더가 도로를 오롯이 느끼며 속도를 즐길 수 있는 반면, CVO는 어떤 신체 고통이나 통증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할리데이비슨도 제어 불가한 사회적, 경제적 요인들로 모터사이클 업계는 앞으로 계속 변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계속적으로 새로운 모델 라인을 추가해 나갈 것이고 이는 125년, 150년, 200년 후 할리데이비슨이 어떻게 자축할지 결정할 것이다.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John Scott Lewinski
  • 사진제공 HARLEY-DAVIDSON USA, Alex Erofeenkov/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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