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해주는 기계

정말로 머지않은 미래, 이 기계에 누워서 인간적 접촉을 찾게 될까?

최근 누군가를 오래, 있는 힘껏 껴안아 본 적 있는지. 사람의 따뜻한 체온으로 누군가와 포옹하고 있으면 즉각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효과만 해도 상당히 많다. 옥시토신 수치를 높여서 심혈관 건강에 유익하며 함께 분출되는 세로토닌 덕분에 기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아의 경우 면역력이 증강되며 두뇌발달을 촉진한다. 또 숙면을 취하게 하고 포만감이 생겨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이나 의지의 표현, 위로 등 더 중요한 효과가 많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고 디지털상에서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루시 맥레이(Lucy Mcrae)는 인간적 접촉이 줄어든 디스토피아를 상상하며 안아주는 기계를 발명했다. 그녀가 컴프레션 카펫(Compression Carpet)라고 부르는 이 장치는 핑크색의 쿠션과 갈색 카펫으로 구성된다. 사용자는 여러 개의 작은 쿠션이 샌드위치 모양으로 놓인 공간에 눕고 또 다른 사람이 장치에 연결된 핸들을 돌린다. 여러 개의 쿠션이 서서히 사용자의 몸과 가까워지면서 전신을 꼭 껴안듯 압박하는 원리다. 최근 이 장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임파서블> 전시에서 베일을 벗었다. 이 전시는 인간과 기계가 미래에는 어떤 관계가 될지 탐구하는 걸 목표로 한다. 루시 맥레이에 따르면 관람객들은 이 장치를 한동안 살피다가 결국 샌드위치처럼 기계에 안겨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친구가 안아주는 느낌을 받거나 밀실공포증이 있는데도 이 장치 위에선 안락함을 느꼈다.

루시 맥레이는 스스로를 육체 건축가라고 부른다. 그는 설치 작품, 영화, 사진, 인공 지능, 공상 과학, 인체 공학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미래의 인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컴프레션 카펫 역시 최첨단 기술의 세계에서 인간은 점점 더 독립적으로 살게 될 것이고 반대로 기계는 애정과 사랑을 위해 진화할 것이라는 맥레이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미래 인간들의 정신적 건강을 위한 작품을 만드는 맥레이, 그녀의 다음 작업 역시 흥미롭다. 컴프레션 카펫이 1명의 개인을 위한 것이었다면 다음 작업은 가족을 위한 장치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먼 미래에 인간의 감각을 훈련할 수 있는 일종의 ‘친밀감 회로’ 같은 것이다. 루시 맥레이의 작품은 혁신적이긴 하지만 그 실용성에 대해 높이 평가할 날은 최대한 늦춰야 하지 않을까?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사진제공 Lucy Mcrae
  • 영상출처 유튜브 채널 'Adobe'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