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Gameboy

옛날 게임기가 돌아왔다. 향수 그 이상의 재미는 물론이고, 손맛도 여전하다.

아날로그 게임기는 모두 트레더(http://cafe.naver.com/tradergame) 제품

요즘 출시되는 게임은 정말 많은 돈이 투입된다. 한국 게임 ‘킹덤 언더 파이어2’는 1000억 원 가까이 들었고, 해외 게임 ‘데스티니’는 5000억 원 이상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게임을 나 같은 아재가 도전하는 건 쉽지 않다. 청와대 해킹이 가능할 정도의 엄청난 컴퓨터가 필요하고, 내 남은 수명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수백 시간의 플레이타임을 각오해야 한다. 경제력이 뒷받침되고 마음의 준비가 돼도 문제는 있다. 이미 동체 시력과 줄거리 파악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비루한 몸이 돼버렸기 때문. 도대체 이 게임에서 나는 누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파악할 때쯤이면 채팅창에는 욕이 쏟아지고 내 캐릭터는 알몸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자괴감이 몰려온다. 그런 내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회사가 바로 닌텐도다. 닌텐도는 지난해, 1983년에 출시한 8비트 게임기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하 NES)’을 복각해 발매했다. 새로운 NES는 예전 NES를 꼭 닮은 레트로풍 디자인으로 ‘버블버블’이나 ‘마리오브라더스’를 비롯한 30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결과는? 대강 히트한 정도가 아니다. 폭발적 인기를 끌며 품귀 사태를 빚었다. 60달러에 출시됐지만 중고 가격이 20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어릴 때는 코 묻은 돈을 뺏어가더니 이제는 추잡하고 어렵게 번 돈을 뺏어가려 한다. 돌이켜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회사다. 어쨌든 NES가 그만큼 인기를 끈 이유라 하면, 아마 추억 때문일 거다. 어린 시절, 집이나 오락실에서 즐기던 게임을 오랜만에 누리는 재미는 초등학교 동창회만큼 즐겁다. 한국에서도 1989년에 현대전자가 ‘현대 컴보이’라는 이름으로 NES의 라이선스를 받아 출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추억만이 전부는 아니다. NES는 십자 조이스틱과 단 2개의 버튼만 가지고도 30초 만에 세상 근심 다 잊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예전 게임들은 1.79Mhz의 CPU와 2KB의 램이라는 제약을 개발자의 아이디어와 미니멀리즘으로 극복했고, 56개의 색상만으로도 지구와 다른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냈다. 한정된 예산과 하드웨어적 한계를 상상력으로 해결해버렸고, 우리를 밤낮없이 50원짜리를 들고 오락실 앞으로 집결하게 만들었다. 가혹한 시간의 흐름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기억되는 몇몇 게임은 지금의 대단한 게임을 만든 시금석이 된 것이 분명하다. 히치콕의 영화와 비틀스의 음악이 여전히 놀라운 것처럼, 컴퓨터 게임 여명기에 등장한 상상력 넘치는 게임은 예상치 못한 순간 우리를 감탄시킨다. “아니,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기믹과 플레이 방식을 생각해냈을까?”닌텐도는 올해도 ‘슈퍼 패미컴’과 ‘비트보이’를 복각할 예정이다. 여전히 PC에 에뮬레이터만 깔면 실행되는 공개 게임으로 채워져 있지만, 컨트롤러의 손맛과 버튼의 감촉은 PC 키보드의 그것과 비할 바가 아니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게임만의 본질적 매력이다. 게다가 최근 게임들이 잊고 있던 순수한 게임성과 단순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이 정도면 닌텐도의 상술을 웃으며 반길 만하다.

김정철 | 제품과 기술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정확하고 발 빠른 정보를 알려주는 웹매거진 <더 기어>의 편집장이다. 언제나 자신만의 시선으로 기기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그의 글은 늘 흥미로운 시각으로 가득하다.

Credit

  • 에디터 강예솔
  • 포토그래퍼 김잔듸
  • 김정철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